69 중력은 그려졌다
— 형태가 논리보다 먼저 왔다
69.1 통념과 실제
뉴턴은 힘의 과학자라는 통념이 있는데, 반쯤만 맞다. 『프린키피아』를 실제로 펼쳐보면, 뉴턴은 중력을 거의 계산하지 않는다. 주요 정리들이 수식이 아니라 도형과 면적 비례로 증명된다. 그는 중력을 그린다.
중요한 전제가 있다. 뉴턴은 집필 당시 이미 미적분을 발명한 상태였다. 계산 능력이 부족해서 기하학을 쓴 것이 아니다. 미적분을 알면서도 원, 접선, 면적, 비례 관계로 운동을 설명하는 쪽을 택했다. 이 선택은 기술적 제약이 아니라 표현에 대한 결정이었다.
69.2 그리는 증명
『프린키피아』에서 뉴턴은 “왜 끌어당기는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이런 궤적이 있고, 이런 면적 법칙이 성립하고, 그러면 이 운동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력은 원인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만든 필연성으로 등장한다.
이 증명 방식은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도형을 보면서 “이렇게 생긴 세계라면 이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구나”라고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설명이 아니라 납득이다.
69.3 300년 뒤의 완성
얼핏 보면 기하학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원시적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300년 뒤 아인슈타인이 시공간의 곡률로 중력을 재번역했을 때, 그 출발점은 이미 『프린키피아』 안에 있었다. 뉴턴이 “중력은 설명할 대상이 아니라 형태로 제시할 수 있다”고 직감한 것을 아인슈타인이 끝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69.4 맺음
갈루아가 방정식의 대칭 구조를 먼저 보았듯이, 뉴턴도 형태를 먼저 보았다. 미적분이라는 더 강한 도구를 두고 기하학을 선택한 것은, 세계를 계산 대상이 아니라 납득의 대상으로 본 감각이다. 그 감각이 300년간 과학의 방향을 만들었고, 아인슈타인의 곡률로 완성됐다.
AngraMyNew의 악상도 같은 구조다. 정돈 이전의 감각이 논리보다 먼저 온다. 뉴턴이 기하학을 선택한 순간이 그 증거다.
설명할 수 있는 것과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은 다르다. 더 오래 가는 것은 납득이다.
69.5 관련 문서
- 일반상대성이론 — 뉴턴의 직감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
- 갈루아와 5차방정식 — 구조를 먼저 보는 감각
- 악상의 시대 — 정돈 이전의 진동이 데이터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