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미학 국가론: 아름다움이 밥 먹여준다

이 글은 사고실험이자 풍자적 제안이다. 실명의 인물(차은우, 정국 등)은 실제 정책 제안과 무관한 가상의 상징적 모델로 사용된다.


63.1 매력이 권력인 시대

’동방예의지국’과 ’선비의 나라’는 하나의 좌표였다. 그 좌표가 무효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은 다른 좌표가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매력이 권력인 시대에 국가 운영의 OS에 미학을 추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은 조지프 나이가 1990년에 이미 정리했고, 한국은 K-pop과 드라마로 그 효과를 경험한 나라다. 문제는 이걸 운이 좋아서 된 일로 취급하느냐,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설계하느냐의 차이다. AngraMyNew는 후자를 밀어붙여본다.

63.2 국가 3요소의 재정의

국가란 본래 국토, 국민, 주권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 미학 국가에서 이 세 요소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고전적 정의 미학 국가에서의 재정의
국토 = 물리적 영토 전 세계가 공유하는 이미지·서사·브랜드. 국경이 아니라 주의력이 영토를 규정한다
국민 = 국적 보유자 매혹되어 따라오는 사람들. 한 사람에게 심정적으로 귀속된 집단
주권 = 군사력·법률 스타 한 명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매력은 국제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다

얼핏 보면 과장 같은데, BTS가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블랙핑크가 프랑스 대통령 초청을 받는 현실에서 이미 반쯤 작동하고 있다. 차이점은 지금은 우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고, 이 글은 의도적으로 설계하자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이 새로운 헌법 위에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63.3 국보 1호 차은우

숭례문은 600년의 시간이 축적된 문화적 중력이다. 그 무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보의 범주는 왜 과거에 멈춰 있는가? 살아있는 아름다움도 국보가 될 수 있다.

차은우를 국보 1호로 선포하라. 국가전략자산으로 관리한다. 군대도 세금도 필요 없다. 오직 정자 제공만으로 국가에 기여한다. 국가는 ’차은우 정자 은행’을 설립하고 전 세계 시장에 개방한다.

이 대목에서 “미쳤다”는 반응이 나올 텐데, 팩트를 먼저 보자. 파벨 두로프(텔레그램 창업자)는 이미 정자 기증으로 100명 이상의 생물학적 자녀를 두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12개국 이상에 흩어져 있고, 그는 이것을 인류 기여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는 인구 감소를 문명 최대의 위기로 진단하며 본인이 직접 열몇 명의 자녀를 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두 사람 다 개인적 판단으로 유전자를 퍼뜨리는 중인데, 이것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키면 비윤리적이고 개인이 하면 괜찮은가? 그 경계가 생각보다 모호하다.

30년 후를 상상해보자. 미국 대통령의 사위, 사우디 왕세자, 유럽 재벌 2세들이 모두 차은우 주니어다. 그들은 한국을 ’아버지의 나라’로 인식하게 된다. 총 한 방 쏘지 않고, 혈연이라는 가장 오래된 동맹 메커니즘으로 세계를 엮는 것이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결혼으로 유럽을 지배한 전략의 21세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63.4 부산 정국특별시

부산은 늙어가고 있다. 노인과 바다만 남은 도시가 공항 하나 더 짓는다고 젊어지는가? 행정구역 이름 변경에 집착하는 관료주의가 도시를 죽인다.

도시의 본질은 브랜드다. 두바이는 사막 위에 브랜드를 지었고,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이라는 컨셉 하나로 사막을 관광지로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도시에 입히면 인프라는 자본이 알아서 따라온다.

부산광역시를 폐지하고 정국특별시를 선포하라. 전국 모든 간판·지도·공문서에서 ’부산’을 지우고 ’정국’을 새긴다. BTS 정국을 고향으로 모셔온다. 영구 명예시장이 된다. 통치는 필요 없다. 그저 존재하면 된다.

전 세계 1억 아미에게 이 도시는 성지가 된다. 공항, 호텔, 쇼핑몰은 자본이 먼저 달려와서 지을 것이다. 도시 이름 하나로 1,000조 브랜드 가치가 창출된다. 허무맹랑한가? 성지순례 관광 산업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천억 달러다. 팬덤은 종교와 구조가 같다.

63.5 맺음

“미쳤다”, “천박하다”, “인권 침해다.” 다 나올 말이다. 그러나 반대쪽을 보자. 아무 매력 없이 서서히 소멸해가는 국가는 윤리적인가? 출산율 세계 최저, 지방 소멸, 청년 유출 — 이 상태를 점잖게 유지하는 것이 품위인가?

이 글이 주장하는 것은 차은우를 진짜로 국보로 지정하라는 게 아니다. 매력을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놓고 설계하는 것이 군사력이나 반도체만큼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밀도는 군사력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세계가 그 나라를 떠올릴 때 느끼는 중력으로 측정된다.

63.6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