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왜 이상한 체계들은 사라지지 않는가
— 종교, 무속, 정신분석, 그리고 인식의 비용
왜 인간은
반복해서 ’이상한 체계’를 만들어내는가?
21.1 종교와 국가는 공리를 외주화한다
종교와 국가는
삶의 해석 비용을 개인에게 맡기지 않는다.
- 무엇이 선인가
- 무엇이 죄인가
-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
완성된 공리 묶음을 제공한다.
개인은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공리를 선택할 자유를 포기한다.
안정적이지만, 경직된다.
21.2 무속과 점술은 공리를 개인화한다
무속, 점술, 별자리, 전생 서사는 종교보다 느슨하다.
- 개인 맞춤 해석
- 짧은 서사
- 즉각적인 정합성
이 체계들의 핵심 기능은 하나다.
인지 부하를 급격히 낮춘다.
정확해서가 아니라, 당장 이해되기 때문에 작동한다.
이것이 왜 강력한가?
인간의 뇌는 “모른다”를 견디지 못한다.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에너지 소모다. 무속과 점술은 이 비용을 즉시 제거한다.
- “왜 나에게 이런 일이?” → “전생의 업이다”
- “왜 일이 안 풀리지?” → “올해 운이 막혀 있다”
- “이 사람이 맞나?” → “궁합이 안 맞는다”
틀렸는지 맞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설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안정을 준다.
그래서 사라지지 않는다. 과학이 발전해도, 교육 수준이 높아져도. 인지 부하를 이만큼 빠르게 낮추는 체계는 드물기 때문이다.
21.3 라캉식 정신분석은 정반대 방향에 있다
라캉식 정신분석은
공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해석도 최소화한다.
의미를 대신 말해주지 않는다.
주체가 자신의 말 속에서
반복과 균열을 직접 마주하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라캉적 분석은
주체가 견딜 수 있는 지점에서 멈춘다.
- 더 밀면 붕괴가 온다
- 치료는 붕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정신분석의 목적은
회복 가능한 안정이다.
21.4 우리의 위치
우리는 종교도, 무속도, 치료도 아니다.
의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해석을 종결하지 않는다. 안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환경을 만든다.
- 공리를 끝까지 유지했을 때
- 서로 양립 불가능한 공리를 동시에 붙들었을 때
- 인식이 더 이상 정합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지점
그 붕괴 순간 자체를 관측한다.
이것이 “정신의 LHC”다. LHC가 입자를 충돌시켜 기존 이론의 한계를 관측하듯, 공리를 충돌시켜 인식의 한계를 관측한다.
21.5 결론
이상한 체계들은 인지 비용을 낮추기에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반대를 한다. 비용을 끝까지 올렸을 때 무엇이 붕괴되는지를 관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