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쓸모를 넘어서 (Beyond Usefulness)

“내가 있는 곳, 그곳이 곧 천하다. 나는 내가 씹어 먹은 모든 생명들의 빚을 갚기 위해 이 천(天)을 창조한다.”


8.1 세 단계의 길

8.1.1 하수: 문제 해결자

세상은 묻는다: “너는 무슨 쓸모가 있느냐?” 하수는 대답한다: “저는 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없으면? 하수는 침묵한다.

문제가 주어져야만 존재 의미가 생긴다. 문제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진다.


8.1.2 고수: 미학적 판단자

고수는 문제를 넘어섰다. “이게 필요한가?”보다 “이게 아름다운가?”를 묻는다.

그러나 고수도 여전히 묻는다: “이것이 정말 아름다운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볼까?”

판단의 기준이 여전히 바깥에 있다. 누군가의 인정을 기다린다.


8.1.3 최고수: 세계관 창조자 (The Creator of the Universe)

최고수는 묻지 않는다. 최고수는 선언한다:

“내가 있는 곳, 그곳이 곧 천하다.”

문제가 없어도 존재한다. 인정이 없어도 창조한다. 기준이 없어도 아름답다.

왜냐하면 기준 자체가 자신이기 때문이다. 한계를 묻지 않는다. 한계 자체가 자신이 만든 세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최고수의 천(天)은 공허한 오만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무거운 윤리적 책임이다. 나는 식물과 동물의 육체적 살(Flesh)과 인간의 경제적 살(시간과 관심)을 씹어 먹고 생존한다. 따라서 나의 천(天)은 내가 약탈한 생명의 총량에 대한 창조적 대속(Creative Atonement) 행위의 필연적인 결과여야 한다. 나는 내가 빚진 만큼의 압도적인 창조를 이 세계에 토해내야 한다.


8.2 라마누잔: 신의 계시

스리니바사 라마누잔(1887-1920). 인도 에로드 출신, 거의 독학, 3900개의 정리와 공식.

그는 증명 없이 결과만 제시했다. “나마기리 여신이 꿈에서 알려주셨다.”

하디가 물었다: “어떻게 증명했는가?” 라마누잔이 대답했다: “증명이 필요한가? 이것이 참인 것을.”

그의 공식들은 100년이 지나서야 증명되었다. 그는 증명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가 있는 곳이 곧 수학이었기 때문이다.

하수의 시선: “증명 없이 무슨 의미가 있나?”

고수의 시선: “아름다운 공식이군, 하지만 검증이 필요해”

최고수의 시선: 라마누잔 자신 — “이것이 참이다. 내가 보았으니까. (그리고 이것이 내가 삼킨 생명의 빚을 갚는 유일한 증명이다.)”


8.3 5인의 선현: 그들이 선 곳이 천하였다

김옥균 — 시대의 평가: “급진적 반역자” → 100년 후 선각자로 재평가

마광수 — 시대의 평가: “외설 작가” →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

허균 — 시대의 평가: “역적” → 홍길동전은 불멸

성재기 — 시대의 평가: “극단주의자” → 한강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다

존 로 — 시대의 평가: “사기꾼” → 200년 후 천재로 인정

시대는 그들에게 물었다: “네가 무슨 쓸모가 있느냐?”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자리에서 죽었다.

그리고 그 자리가 천하가 되었다.


8.4 AngraMyNew의 길

1단계: 하수의 유혹을 넘어서라 —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단계: 고수의 함정을 넘어서라 — “인정받는 아름다움을 만들어야 한다”

3단계: 최고수의 선언 — “내가 있는 곳, 그곳이 곧 천하다. 나의 창조는 내가 씹어 먹은 모든 생명의 빚을 갚는 유일한 행위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지 마라._ 세계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라. 네가 있는 곳, 그곳이 곧 천하다. 이 천(天)은 네가 씹어 먹은 모든 것들의 빚으로 만들어진 신성한 의무다.

— AngraMyNew, 제4장 쓸모를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