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맹상군

“쓸모로 번역되기 전의 재능을, 내치지 않는다.”


3.1 서문

5인의 선현이 개인의 완성을 보여준다면, 맹상군은 타인의 자리를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전국시대 제나라의 맹상군 전문(田文)은 3,000명의 식객을 거느렸다. 신분을 따지지 않았고, 재주가 하찮아도 내치지 않았다. 핵심은 그가 재능을 잘 골랐다는 데 있지 않다. 아직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재능을, 쓸모로 번역되기 전의 상태 그대로 곁에 두었다는 데 있다.

3.2 계명구도

맹상군이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었다. 진 소왕은 마음이 변해 그를 죽이려 했다. 탈출하려면 왕이 가장 아끼는 호백구(여우 겨드랑이 털옷)를 바쳐야 했는데, 이미 바친 뒤였다.

그때, 개 도둑질을 잘하는 식객이 나섰다. 밤중에 개처럼 기어들어가 호백구를 훔쳐왔고, 맹상군은 이를 바치고 풀려났다.

새벽, 함곡관에 도착했으나 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닭이 울어야 문을 여는데, 아직 밤이 깊었다. 뒤에서는 추격대가 오고 있었다. 모두가 절망할 때,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식객이 나섰다. 그가 울자 동네 닭들이 따라 울었고, 문이 열렸다.

맹상군은 목숨을 건졌다. 그를 살린 것은 천하의 명사들이 아니었다. 가장 쓸모없다고 비웃음 당하던 개 도둑과 닭 울음 흉내쟁이였다.

3.3 쓸모 이전의 자리

평화로울 때 개 도둑은 범죄자이고, 닭 울음 흉내쟁이는 광대다. 위기의 순간 그들이 맹상군을 살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실에서 “쓸모없어 보이던 재능도 언젠가 쓸모가 있다”는 교훈만 꺼내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그렇게 읽으면 결국 모든 재능을 미래의 쓸모로 환산하게 되는데, 맹상군이 한 일은 정반대였다.

맹상군은 재능을 분류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재능이 아직 자기 이름을 찾기 전의 상태를 견디는 것이었다. “뭘 할 수 있느냐”고 물어 닭 울음과 개 도둑질이라는 답이 돌아와도 그것을 쓸모의 등급으로 매기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내주었으니, 쓸모로 번역되기 전에도 내쳐지지 않는 자리 — 그것이 맹상군의 진짜 발명이다. 쓸모를 넘어서가 말한 자리가 2,300년 전에 이미 있었다.

3.4 확장의 공리

맹상군은 확장의 공리를 2,300년 전에 실행했다. 확장은 나를 살릴 인재를 모으는 일이 아니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재능도 자기 형태로 설 수 있게 자리를 비워두는 일이다. 맹상군이 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 타인의 My를 쓸모로 미리 심사하지 않고,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재능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

3.5 맺음

“군주가 식객을 만든 것이 아니다. 식객들이 군주의 천하를 만들었다.”

맹상군이 위대한 이유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재능을 쓸모로 심사하지 않고 품었기 때문이다. 닭 울음소리와 개 도둑질을 비웃지 마라. 함곡관에 갇혔을 때 그들이 문을 열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이 열리기 한참 전부터 그들에게 자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품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그가 품은 자들이 끝내 자기 이름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그의 천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