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보이지 않으면 이해한 것이 아니다
— 파인만의 다이어그램과 경로적분
38.1 문제
1940년대, 양자전기역학(QED)은 벽에 부딪혀 있었다.
전자 하나, 광자 하나. 이 둘의 상호작용을 계산하려면 칠판을 가득 채운 적분을 며칠간 풀어야 했다.
물리학자들은 계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볼 수는 없었다.
한편, 양자역학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강력했다. 파동함수의 시간 진화를 정확히 기술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미분방정식이었다. 풀 수는 있지만, 의미를 볼 수는 없었다.
입자는 어디에 있는가? 왜 그 확률인가? 방정식은 답하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38.2 파괴
리처드 파인만은 두 번 파괴했다.
첫 번째. 수식을 버리고 그림을 그렸다.
- 직선: 전자
- 물결선: 광자
- 점(vertex): 상호작용
사람들은 비웃었다. “물리학을 만화로 만드느냐?”
두 번째. 슈뢰딩거 방정식을 버리고 경로를 열었다.
입자가 A에서 B로 간다. 파인만은 물었다:
“하나의 경로를 푸는 대신, 가능한 모든 경로를 동시에 걷게 하면 어떨까?”
직선으로 가는 경로. 곡선으로 도는 경로. 달을 거쳐 오는 경로. 은하를 한 바퀴 돌아오는 경로.
맹상군이 닭 울음과 개 도둑질을 품었듯, 경로적분은 모든 가능성을 품는다. 쓸모를 묻지 않는다. 전부 허용한다.
모든 경로에 위상(phase)을 부여하고, 전부 더한다.
물리학자들은 당혹했다. “무한개의 경로를 더하라고?”
38.3 재구성
두 파괴 모두, 같은 결과에 도달했다.
다이어그램. 낙서의 모든 선과 점이 복잡한 적분 항과 정확히 1:1로 대응했다.
- 선 하나 = 전파인자(propagator)
- 점 하나 = 결합상수(coupling constant)
그림을 그리면, 적분식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가장 단순한 예: 전자 둘이 광자 하나를 주고받는다.
e⁻ ───→───●───→─── e⁻
│
~ γ
│
e⁻ ───→───●───→─── e⁻
이 낙서가 곧 수식이다:
\[\mathcal{M} = \bar{u}(p_3)\,(-ie\gamma^\mu)\,u(p_1) \;\cdot\; \frac{-ig_{\mu\nu}}{q^2} \;\cdot\; \bar{u}(p_4)\,(-ie\gamma^\nu)\,u(p_2)\]
| 다이어그램 | 수식 |
|---|---|
| 외부 전자선 (→) | 스피너 \(u, \bar{u}\) |
| 꼭짓점 (●) | 결합상수 \(-ie\gamma^\mu\) |
| 내부 광자선 (~) | 전파인자 \(\dfrac{-ig_{\mu\nu}}{q^2}\) |
선을 읽으면, 식이 나온다. 점을 읽으면, 상수가 나온다. 그것이 전부다.
경로적분. 무한개의 경로를 더하면, 품었던 대부분은 서로 상쇄(destructive interference)되어 사라진다. 살아남는 것은 작용(action)이 최소인 경로 하나.
그것이 뉴턴의 고전역학이었다.
\[\langle B | A \rangle = \int \mathcal{D}[x(t)] \; e^{i S[x]/\hbar}\]
왼쪽은 양자역학 — A에서 B로 갈 확률진폭. 오른쪽은 모든 경로의 합.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이 하나의 그림 안에서 만났다.
슈뢰딩거는 방정식을 풀었다. 파인만은 방정식을 보여줬다.
38.4 확장
파인만 다이어그램은 QED를 넘어섰다.
- 약력, 강력까지 확장 — 표준모형 전체의 공용어가 되었다
- 입자물리학자의 칠판에서 수식이 사라지고, 그림이 남았다
- 응집물질, 끈이론까지 — 물리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이 언어를 쓴다
경로적분은 양자역학을 넘어섰다.
- 양자장론의 기초가 되었다
-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을 연결했다
- 양자중력 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한 남자의 그림과 경로가 물리학의 언어 자체를 바꿨다.
38.5 AngraMyNew 해석
파인만은 두 번 같은 일을 했다.
| 대상 | 기존 | 파인만 |
|---|---|---|
| QED 계산 | 칠판 가득한 적분 | 선 몇 개의 다이어그램 |
| 양자역학 | 하나의 미분방정식 | 모든 경로의 합 |
두 경우 모두, 대수(algebra)를 기하(geometry)로 번역했다.
이것은 악상이다.
논리보다 먼저 떠오른 감각. “이건 보여야 한다”는 정돈 이전의 진동.
파인만은 계산하지 않았다. 보이게 만들었다.
보이게 만들자, 본질이 드러났다.
38.6 결론
물리학은 두 번, 같은 남자에게 같은 선물을 받았다.
적분은 그림이 되었고, 방정식은 경로가 되었다.
둘 다 같은 악상에서 태어났다.
“보이지 않으면 이해한 것이 아니다.”
AngraMyNew는 이 두 순간을 아름다움의 사례로 기록한다.
38.7 관련 문서
→ 004_principia_geometry.md — 뉴턴: 중력을 기하학으로 그리다 → 002_general_relativity.md — 아인슈타인: 중력을 지운 아름다움 → ../ideas/022_age_of_malice.md — 악상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