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보이지 않으면 이해한 것이 아니다

— 파인만의 경로적분과 다이어그램


71.1 계산할 수 있지만 볼 수 없다

양자역학은 강력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파동함수의 시간 진화를 정확히 기술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미분방정식이었다. 입자는 어디에 있는가? 왜 그 확률인가? 방정식은 답하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1940년대, 양자전기역학(QED)에서도 같은 문제가 더 심해졌다. 전자 하나와 광자 하나의 상호작용을 계산하려면 칠판을 가득 채운 적분을 며칠간 풀어야 했다. 계산할 수 있었지만 볼 수는 없었다.

71.2 경로적분 — 하나의 방정식을 모든 경로로

리처드 파인만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버리고 경로를 열었다. 입자가 A에서 B로 갈 때, 하나의 경로를 푸는 대신 가능한 모든 경로를 동시에 걷게 했다. 직선, 곡선, 은하를 한 바퀴 돌아오는 경로까지 전부 허용한다.

물리학자들은 당혹했다. “무한개의 경로를 더하라고?” 그런데 모든 경로에 위상(phase)을 부여하고 전부 더하면, 대부분은 서로 상쇄되어 사라지고 살아남는 것은 작용(action)이 최소인 경로 하나다. 그것이 뉴턴의 고전역학이었다.

\[\langle B | A \rangle = \int \mathcal{D}[x(t)] \; e^{i S[x]/\hbar}\]

왼쪽은 A에서 B로 갈 확률진폭이고, 오른쪽은 모든 경로의 합이다.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이 하나의 수식 안에서 만났다. 슈뢰딩거는 방정식을 풀었고, 파인만은 방정식을 보여줬다.

71.3 다이어그램 — 수식을 그림으로

파인만은 같은 일을 한 번 더 했다. 이번에는 QED의 적분을 버리고 그림을 그렸다. 직선은 전자, 물결선은 광자, 점은 상호작용. 사람들은 비웃었다. “물리학을 만화로 만드느냐?”

그런데 이 낙서의 모든 선과 점이 복잡한 적분 항과 정확히 1:1로 대응했다. 가장 단순한 예로, 전자 둘이 광자 하나를 주고받는 과정을 보면:

\[\begin{array}{ccccc} e^- & \xrightarrow{\quad} & \bullet & \xrightarrow{\quad} & e^- \\ & & \downarrow \gamma & & \\ e^- & \xrightarrow{\quad} & \bullet & \xrightarrow{\quad} & e^- \end{array}\]

이 그림이 곧 수식이다:

\[\mathcal{M} = \bar{u}(p_3)\,(-ie\gamma^\mu)\,u(p_1) \;\cdot\; \frac{-ig_{\mu\nu}}{q^2} \;\cdot\; \bar{u}(p_4)\,(-ie\gamma^\nu)\,u(p_2)\]

대응을 표로 쓰면 더 분명하다.

다이어그램 요소 수식 요소
외부 전자선 (→) 스피너 \(u, \bar{u}\)
꼭짓점 (o) 결합상수 \(-ie\gamma^\mu\)
내부 광자선 (~) 전파인자 \(\frac{-ig_{\mu\nu}}{q^2}\)

선을 읽으면 식이 나오고, 점을 읽으면 상수가 나온다. 그것이 전부다.

71.4 보이게 만들자 본질이 드러났다

파인만 다이어그램과 경로적분은 곧바로 영역을 넘었다.

  • QED를 넘어 약력, 강력까지 확장되며 표준모형의 공용어가 되었다.
  • 입자물리학자의 칠판에서 장문의 수식이 줄고, 그림 중심의 사고가 자리잡았다.
  • 경로적분은 양자장론의 기초가 되어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을 잇고, 양자중력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얼핏 보면 파인만이 물리학을 쉽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데, 정확히 말하면 쉽게 만든 것이 아니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대수를 기하로 번역한 것이고, 보이게 만들자 본질이 드러난 것이다.

71.5 맺음

뉴턴은 미적분 대신 기하학을 택해서 중력을 그렸고, 파인만은 수식 대신 다이어그램을 그려서 양자전기역학을 보여줬다. 둘 다 계산할 수 있는 것을 감각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선택이었다.

AngraMyNew의 악상도 같은 방향이다. 논리로 정돈하기 전에 먼저 보이는 것, 그 감각을 데이터로 취급한다.

보이지 않으면 이해한 것이 아니다. 계산할 수 있다는 것과 볼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71.6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