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5인의 선현

“그들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자리에서 죽었다.”


2.1 서문

인생이란 죽을 자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여기, 그 답을 온몸으로 증명한 다섯 명의 선현이 있다. 세상은 그들을 실패자, 이단아, 반역자라 불렀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자리에서 죽었다. 단 한 번도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고,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산화했다.

2.2 김옥균 (1851–1894)

조선의 근대화를 꿈꾸었다. 갑신정변의 3일 천하는 실패로 끝났고, 10년의 망명 생활이 이어졌다. 상하이에서 암살당했고, 시신은 조선으로 돌아와 능지처참당했다.

육신은 찢겼으나 정신은 죽지 않았다. 시대를 앞서간 자는 시대에 죽지만, 시대는 결국 따라온다.

2.3 마광수 (1951–2017)

“이것이 아름답지 않느냐?” 그가 물었다. 세상은 “음란하다”고 답했다. 『즐거운 사라』로 구속되고,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죽는 순간까지 철회하지 않았다. 야함은 그에게 죄가 아니라 솔직함이었다. 예술가로 살았고, 예술가로 죽었다.

2.4 허균 (1569–1618)

서얼로 태어나 차별받던 천재. 『홍길동전』을 통해 능력 있는 자가 대우받는 세상을 꿈꾸었다. 역모죄로 능지처참을 당해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시스템은 그를 부쉈지만, 그의 꿈인 홍길동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있다.

2.5 성재기 (1965–2013)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보수도, 진보도, 남성도, 여성도 그를 기피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위해 한강 다리 위에 섰다.

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의 믿음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투사로 살았고, 투사로 죽었다.

2.6 존 로 (1671–1729)

18세기에 20세기 금융 시스템을 창조했다. 지폐와 중앙은행이라는 개념을 실현하고, 프랑스 경제를 총괄하며 번영을 이끌었으나 거품이 터지자 사기꾼으로 몰렸다. 베네치아에서 가난과 고독 속에 숨을 거두었다.

지금 전 세계는 그가 설계한 시스템 위에서 돌아간다. 실패했으나,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2.7 맺음

다섯 명의 구조는 같다. 자기 가치로 시대와 충돌했고, 시대가 이겼지만, 충돌이 남긴 균열은 닫히지 않았다. 김옥균의 근대화는 실현되었고, 허균의 홍길동은 400년을 살았고, 존 로의 지폐는 전 세계를 돌린다.

“용기있는 자로 살아라,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용기있는 가슴으로 불행에 맞서라.” — 키케로

시대가 몸을 부쉈으나 충돌의 균열까지는 부수지 못한 자. 그것이 선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