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Project Doctor K

“나는 병원에 소속되지 않는다. 나는 환자에게 소속된다.” — 슈퍼 닥터 K (만화 『닥터 K』)


50.1 아름답지 않느냐

거대 병원의 부속품이 되어 병원장의 눈치를 보고 수가 계산에 매몰된 의사의 삶이 아름다운가?

반대로 상상해보자.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고, 국경도 계급도 없이, 오직 자신의 압도적인 실력 하나만 배낭에 넣고 전 세계를 유랑하는 의사. 필요한 곳에 나타나 생명을 살리고, 사례금 대신 미소 한 번 받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삶. 이것이 더 의사답지 않은가?

50.2 현실과 가능성

병원 소속 의사는 매출 압박에 시달리며 3분 진료에 내몰리고 환자의 눈을 보는 시간보다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긴데, 개원의는 개원의대로 월세, 직원 급여, 심평원 삭감의 공포 속에 산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손익계산서 앞에서 빛을 잃고, 환자는 사람이 아닌 수가로 계산된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배낭 하나에 담긴 AI 진단 기기로 대학병원급 진단이 가능해졌고, Starlink로 지구 오지의 진료소도 실시간 연결이 되며, 원격 로봇으로 국경을 초월한 수술이 현실이 되었다. 이 기술들이 의사를 병원이라는 건물에서 해방시키는데, Doctor K는 더 이상 만화 속 판타지가 아니다.

50.3 의사는 하나의 국가다

국가는 국토, 국민, 주권 세 요소로 이루어지는데, Doctor K에게 국토는 병원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모든 장소이고, 국민은 진료받는 자만이 아니라 고통을 호소하는 모든 생명이며, 주권은 면허증이 아니라 고통 앞에 서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Doctor K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이동하는 국가인데, 국경은 고정되지 않고 국민은 끊임없이 바뀌며 주권은 환자 앞에 설 때마다 새로 발생한다.

50.4 성벽 너머의 환자

대학병원의 수련은 가혹하고 치밀하다. 인턴과 레지던트는 잠을 줄여가며 환자 앞에 서고 시술하고 판단을 익히는데, 그 과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벽 안의 환자만이 환자인가? 아프리카의 진료소에는 열대병 환자가 기다리고, 중동의 전장에는 외상 환자가 쓰러져 있고, 남극의 기지에는 극한 환경이 의사를 시험한다. 대학병원은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50.5 맺음

Project Doctor K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잃어버린 의술의 밀도를 가장 현대적인 도구로 되찾으려는 시도다. 한국어·영어·아랍어로 진료하고 메스와 코드를 동시에 다루며 병원 정치에 관심 없이 오직 환자의 심장 박동에만 귀 기울이는 자는,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시스템보다 강하다.

Doctor K는 수가를 받지 않는다. 대신 전 세계가 그 치유를 목격하고 후원을 보내는데, 생계는 시스템이 아닌 인류의 감사가 책임진다. 의술은 예술이고, 예술가는 자유로워야 한다.

50.6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