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악상의 시대 (The Age of Malice)

— 정돈 이전의 진동에 대하여

이 문서는 이론이 아니다.
AI 시대에 관측된 하나의 미적·인지적 상태 기록이다.

AI는 답을 잘 낸다.
증거를 잘 모은다.
패턴을 정확히 잇는다.
심지어 문제 자체도 만든다.

그래서 이제 문제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가 아니다.


24.1 남아 있는 영역

모든 것이 계산 가능해질수록
이상하게도 하나의 영역만 또렷해진다.

  • 아직 질문이 되지 않은 상태
  • 말이 되기 전의 불쾌감
  • 이유는 모르지만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
  • 설명할 수 없는데도 밀어붙이고 싶은 감각

이것은 정보가 아니다.
문제도 아니고, 질문도 아니다.

AngraMyNew는 이것을
악상(惡想) 이라 부른다.


24.2 악상은 정보가 아니다

악상은 다음의 성질을 가진다.

  • 논리 이전에 발생한다
  • 증거를 요구하지 않는다
  • 처음에는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다
  • 대개 불쾌하거나 위험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악상은 틀린 생각이 아니라
아직 정돈되지 않은 생각이라는 점이다.

AI는
정돈된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악상은
그 이전에 있다.


24.3 AI와의 경계선

AI는 악상을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인간이 먼저 던져줘야 한다.

악상을 설명해주면
AI는 그것을 구조로 만들고,
언어로 만들고,
이론으로 만들고,
증거로 만든다.

그러나
악상 그 자체를 발생시키지는 못한다.

그 발생은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누적이 어느 순간 터지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24.4 악상의 시대

AI 시대의 인간은
능력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속도도 아니고
정확성도 아니다.

차이는 단 하나다.

  • 정돈된 것을 다루는가
  • 정돈되기 이전의 진동을 감당하는가

전자는
AI와 함께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후자는
아직 말이 되지 않는 상태를
견디는 역할을 맡는다.

AngraMyNew는
후자를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기록한다.


24.5 귀족의 재정의 (조심스러운 메모)

과거의 귀족은
혈통을 가졌고,
자본을 가졌고,
권력을 가졌다.

AI 시대의 귀족은
악상을 감당할 수 있는 신경계를 가진다.

  • 설명되지 않아도 버틸 수 있고
  • 증명되지 않아도 잠시 붙들 수 있고
  • 미완의 상태를 견딜 수 있는 능력

이것은 특권이 아니라
부담에 가깝다.

그래서
모두가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24.6 그러나 이 시대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악상의 시대 역시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는
이 진동들마저 정형화되고,
분류되고,
자동 생성될 것이다.

그때가 오면
악상은 더 이상 능력이 아니라
표준 기능이 된다.

그래서 이 시기는
과도기다.

정돈된 세계에서
정돈 이전을 견디는
잠시의 역할 분담일 뿐이다.

그 이후의 세계는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다.


24.7 위치 선언

AngraMyNew는
과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논리를 버리지 않는다.
AI를 적으로 두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위치를 고정한다.

정돈 이전의 진동이
세계의 방향을 먼저 만든다.

과학은 그 위를 달리고,
논리는 그 위를 정리하며,
AI는 그 위를 증폭시킨다.

악상은
그 모든 것의 시작점이다.


24.8 결론

문제는 더 이상 답을 얻는 것이 아니다. 질문을 찾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아직 답도 질문도 아닌 상태에서 무언가를 뿜어낼 수 있는가다.

그리고 이 능력조차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AngraMyNew는 그 사라지기 전의 순간을 조용히 기록한다.


24.9 관련 문서

015_case_study_the_gravity_of_outlaws.md — 악상을 뿜어내는 자들 → 014_economics_of_beauty.md — 면세인, 징세인, 그리고 견딤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