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밀어내는 것들이 함께 흐르다

— BCS 이론과 초전도


82.1 저항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를 잃는다.

도선 안의 전자는 격자(결정 구조)에 부딪히며 열을 발생시킨다. 이것이 전기 저항이다. 전자가 도선을 통과할 때마다 격자에 에너지를 납부한다. 물리적 우주의 세금.

초전도는 이 세금이 정확히 0이 되는 현상이다. “거의 0”이 아니라 정확히 0. 그리고 저항의 소멸만이 아니다 — 초전도체는 내부에서 자기장을 밀어낸다(마이스너 효과). 단순히 전류가 잘 흐르는 상태가 아니라, 물질의 양자 상태 자체가 바뀐 것이다.

1957년, 바딘, 쿠퍼, 슈리퍼(Bardeen, Cooper, Schrieffer)가 그 메커니즘을 밝혔다. BCS 이론. 1972년 노벨 물리학상.

82.2 척력

전자는 전자를 밀어낸다.

같은 음전하. 쿨롱 척력. 가까이 갈수록 반발이 강해진다. 이것은 전자기학의 기본 법칙이고, 예외가 없다.

두 전자가 직접 만나면 결과는 하나뿐이다 — 밀어낸다.

82.3 매개

극저온에서 다른 일이 일어난다.

전자 하나가 격자를 지나간다. 양이온으로 이루어진 격자가 전자의 음전하에 미세하게 끌려 찌그러진다. 전자가 지나간 뒤, 격자에는 양전하가 살짝 밀집된 자리가 남는다. 이 자리에 다른 전자가 끌려온다.

두 번째 전자가 첫 번째 전자에 끌린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전자가 격자에 남긴 흔적에 끌린 것이다. 격자 진동 — 포논(phonon) — 이 매개가 되어, 직접 만나면 밀어내는 둘이 간접적으로 묶인다.

쿠퍼 쌍(Cooper pair).

결합은 약하다. 실온의 열 에너지면 즉시 깨진다. 열적 요동이 결합 에너지보다 작아지는 극저온에서만 쌍이 유지된다.

82.4 도약

쿠퍼 쌍이 형성되면 예측 밖의 일이 벌어진다.

전자는 페르미온이다. 파울리 배타원리를 따른다 — 두 페르미온은 같은 양자 상태를 점유할 수 없다. 전자가 각각 다른 에너지 준위에 하나씩 쌓이는 이유다.

그런데 전통적 BCS 초전도체에서, 전자 둘이 쌍을 이루면 스핀이 상쇄되어 정수 스핀이 된다. 보손(boson). 보손에게 배타원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양자 상태에 몇 개든 들어갈 수 있다.

수백만 개의 쿠퍼 쌍이 하나의 양자 상태로 응축된다. 하나의 거시적 파동함수. 쌍을 깨고 산란을 일으키려면 에너지 갭(\(\Delta\))보다 큰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갭 이하의 교란은 쌍에 도달하지 못한다 — 산란할 대상이 없으니 저항도 없다.

저항이 0이 된다.

“거의 0”이 아니다. 정확히 0이다. 임계온도(\(T_c\)) 위에서는 평범한 금속이고, \(T_c\) 아래에서는 저항이 완전히 사라진다. 연속적 감소가 아니라 상전이(phase transition). 양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상태가 바뀐다.

82.5 맺음

BCS 이론의 구조를 한 줄로:

직접 만나면 밀어내는 것들이, 매개를 통해 쌍이 되면, 저항이 정확히 사라진다.

초전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저항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밀어내는 것들 사이에 매개가 생기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필연이기 때문이다.

82.6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