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는 것들이 함께 흐르다
— BCS 이론과 초전도
저항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를 잃는다.
도선 안의 전자는 격자(결정 구조)에 부딪히며 열을 발생시킨다. 이것이 전기 저항이다. 전자가 도선을 통과할 때마다 격자에 에너지를 납부한다. 물리적 우주의 세금.
초전도는 이 세금이 정확히 0이 되는 현상이다. “거의 0”이 아니라 정확히 0. 그리고 저항의 소멸만이 아니다 — 초전도체는 내부에서 자기장을 밀어낸다(마이스너 효과). 단순히 전류가 잘 흐르는 상태가 아니라, 물질의 양자 상태 자체가 바뀐 것이다.
1957년, 바딘, 쿠퍼, 슈리퍼(Bardeen, Cooper, Schrieffer)가 그 메커니즘을 밝혔다. BCS 이론. 1972년 노벨 물리학상.
척력
전자는 전자를 밀어낸다.
같은 음전하. 쿨롱 척력. 가까이 갈수록 반발이 강해진다. 이것은 전자기학의 기본 법칙이고, 예외가 없다.
두 전자가 직접 만나면 결과는 하나뿐이다 — 밀어낸다.
매개
극저온에서 다른 일이 일어난다.
전자 하나가 격자를 지나간다. 양이온으로 이루어진 격자가 전자의 음전하에 미세하게 끌려 찌그러진다. 전자가 지나간 뒤, 격자에는 양전하가 살짝 밀집된 자리가 남는다. 이 자리에 다른 전자가 끌려온다.
두 번째 전자가 첫 번째 전자에 끌린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전자가 격자에 남긴 흔적에 끌린 것이다. 격자 진동 — 포논(phonon) — 이 매개가 되어, 직접 만나면 밀어내는 둘이 간접적으로 묶인다.
쿠퍼 쌍(Cooper pair).
결합은 약하다. 실온의 열 에너지면 즉시 깨진다. 열적 요동이 결합 에너지보다 작아지는 극저온에서만 쌍이 유지된다.
도약
쿠퍼 쌍이 형성되면 예측 밖의 일이 벌어진다.
전자는 페르미온이다. 파울리 배타원리를 따른다 — 두 페르미온은 같은 양자 상태를 점유할 수 없다. 전자가 각각 다른 에너지 준위에 하나씩 쌓이는 이유다.
그런데 전통적 BCS 초전도체에서, 전자 둘이 쌍을 이루면 스핀이 상쇄되어 정수 스핀이 된다. 보손(boson). 보손에게 배타원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양자 상태에 몇 개든 들어갈 수 있다.
수백만 개의 쿠퍼 쌍이 하나의 양자 상태로 응축된다. 하나의 거시적 파동함수. 쌍을 깨고 산란을 일으키려면 에너지 갭(\(\Delta\))보다 큰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갭 이하의 교란은 쌍에 도달하지 못한다 — 산란할 대상이 없으니 저항도 없다.
저항이 0이 된다.
“거의 0”이 아니다. 정확히 0이다. 임계온도(\(T_c\)) 위에서는 평범한 금속이고, \(T_c\) 아래에서는 저항이 완전히 사라진다. 연속적 감소가 아니라 상전이(phase transition). 양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상태가 바뀐다.
맺음
BCS 이론을 한 줄로:
직접 만나면 밀어내는 것들이, 매개를 통해 쌍이 되면, 저항이 정확히 사라진다.
초전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저항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밀어내는 것들 사이에 매개가 생기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필연이기 때문이다.
관련 문서
- 일반상대성이론 — 힘을 제거하니 기하학이 남았다
- 라그랑지안 — 뉴턴의 인과 vs 라그랑주의 구조
- 진리보다 먼저 도착하는 감각 — 디랙: 페르미온의 상대론적 방정식
- 3대 공리 — 창조의 공리: 꽃은 벌과 다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