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없는 기하학을 지었다

— 조합론의 호지 이론


89.1

그래프가 있다. 꼭짓점들이 변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그래프를 \(q\)가지 색으로 칠하되, 변으로 연결된 두 꼭짓점은 다른 색이어야 한다.

방법의 수는 \(q\)의 다항식이 된다. 색칠 다항식(chromatic polynomial). 삼각형은 \(q(q-1)(q-2)\)가지로 칠할 수 있다.

이 다항식의 계수들(절댓값)은 수열을 이룬다. 그래프에서 매트로이드(독립성 구조의 추상화)를 뽑으면, 색칠 다항식은 그 매트로이드의 특성다항식과 밀접하게 대응한다. 세는 것에서 수열이 나온다.

89.2 형태

1968년, 리드(Read)가 추측했다. 이 수열은 로그 오목(log-concave)하다.

\[a_i^2 \geq a_{i-1} \cdot a_{i+1}\]

올라갔다 내려온다. 한 번 꺾이면 돌아오지 않는다. 울퉁불퉁하지 않다.

세는 행위 자체에는 형태를 강제하는 것이 없다. 셈은 셈이지 모양이 아니다. 그런데 결과에는 형태가 있다.

수십 년간 조합론적 증명이 시도되었다. 실패했다.

89.3 건설

2012년, 허준이(June Huh)가 그래프의 색칠 다항식에 대해 증명했다. 답은 조합론 바깥에 있었다 — 대수기하학이었다.

이어서 허준이와 카츠(Katz)가 좌표로 표현 가능한(representable) 매트로이드로 결과를 확장했다. 그러나 일반 매트로이드 — 기하학적 실현이 없는 순수한 조합적 대상 — 는 여전히 열려 있었다.

호지 이론(Hodge theory)은 매끄러운 기하학적 대상의 수치적 불변량이 특정 부등식을 만족한다는 것을 보장한다. 호지-리만 관계(Hodge–Riemann relations)가 형태를 강제한다. 그런데 일반 매트로이드는 기하학적 대상이 아니다. 매끄러운 공간이 아니다. 곡률도 없고 차원도 고전적 의미로는 없다. 호지 이론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2018년, 아디프라시토(Adiprasito), 허준이, 카츠가 정면으로 돌파했다. 일반 매트로이드 위에 호지 이론을 세웠다. 기하학적 공간이 없는 곳에 기하학의 구조를 건설했다.

건설이 끝나자 호지-리만 관계가 작동했고, 로그 오목성이 따라왔다.

89.4 맺음

이 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난제를 풀어서가 아니다.

당시 알려진 조합론적 방법으로는 셈의 형태를 증명할 길이 막혀 있었다는 것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산의 부등식에 연속의 기하학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기하학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지었다.

셈의 형태를 셈으로는 증명할 길이 막혀 있었다. 기하학이 없었으므로 지었다.

89.5 관련 문서

  • 세지 않고 센다 — 생성함수는 숨어 있던 구조를 드러냈다. 허준이는 없는 구조를 지었다
  • 구성 없는 존재 — 에르되시는 만들지 않고 존재를 증명했다. 허준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서 증명했다
  • 보이지 않던 인수 — 가우스 정수는 좌표를 넓혀 인수를 드러냈다. 허준이는 기하학을 세워 형태를 드러냈다
  • 갈루아와 5차방정식 — 갈루아는 구조가 답의 존재를 결정한다고 보였다. 허준이는 구조가 셈의 형태를 결정한다고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