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문명은 어디서 격노하는가
— 법은 중심이 아니라 국경을 드러낸다
70.1 국경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이렇게 썼다. “법은 그 민족의 특징이 아니라, 그 민족에게 낯설고, 기이하고, 이국적으로 여기는 것을 드러낸다.”
와하비파는 두 가지에만 사형을 선고했다. 와하비파의 신이 아닌 다른 신을 믿는 것,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영국인이 물었다. “그렇다면 살인과 간통은?” 늙은 족장이 답했다. “신은 인자하고 자비로우십니다.”
고대 로마는 여자의 음주를 사형으로 다스렸다. 친족 간의 입맞춤이 관습이 된 것도 술 냄새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대 카토는 말했다. 로마가 두려워한 것은 술 자체가 아니었다. 포도주와 함께 들어오는 디오니소스 제의, 로마적 감성의 토대를 뒤집어놓는 외래 풍속이었다.
살인은 체제 안의 사건이다. 체제의 언어로 처리할 수 있다. 외래 풍속의 침투는 다르다. 체제의 언어 자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사형이 간다. 법이 가장 격렬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체제의 중심이 아니라 국경이다.
70.2 경계에서 벌하다
이것은 와하비파와 로마만의 일이 아니다.
위상학적 종교개혁에서 본 것도 같은 구조다. 중세 가톨릭이 가장 무겁게 처벌한 것은 살인이나 절도가 아니라 이단이었다. 체제 안의 범죄는 관리할 수 있지만, 체제의 공리를 부정하는 이단은 국경을 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루터가 파문당한 것은 도덕적 타락 때문이 아니라 정통성 프로토콜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값싼 내전에서 본 예송논쟁은 상복 기간을 둘러싼 싸움이었지만, 실제로는 정통성의 국경선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성리학이라는 운영체제의 커널을 건드리면, 일반 범죄와는 다른 층위로 다뤄졌다.
시스템은 자기 본질을 중심에서 드러내지 않는다. 국경에서 드러낸다. 어떤 체제가 무엇에 격노하는지를 보면, 그 체제가 무엇을 용납할 수 없다고 느끼는지가 보인다. 격노의 지도는 곧 국경의 지도다.
70.3 국경은 안으로 들어온다
법은 바깥을 벌한다. 그런데 벌만으로는 국경이 유지되지 않는다. 매번 처벌하려면 비용이 너무 크다. 효율적인 체제는 국경을 개인의 안쪽에 설치한다.
왜 이상한 체계들은 사라지지 않는가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한다. 체제가 제공하는 해석 틀을 수용하면 인지 비용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 해석 틀 안에는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무엇이 당연하고 무엇이 기이한지에 대한 구분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내면화된 국경이다.
존재의 대사슬이 말한 양심도 이 메커니즘의 한 형태다. 중세 유럽의 대사슬 체제는 모든 존재에 정해진 자리를 부여했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죄였다. 이 체제에서 양심은 자기 안에서 작동하는 징세기였다. 체제가 직접 감시하지 않아도, 개인이 스스로 자기 위치를 점검하고 이탈을 교정한다. 법이 바깥의 경비병이라면, 양심은 안쪽의 국경수비대다.
이렇게 보면 법과 습속은 같은 국경의 바깥과 안쪽이다. 법은 이미 넘은 자를 처벌하고, 습속은 넘으려는 충동 자체를 사전에 소거한다.
70.4 첫 반응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이렇게 썼다. “어떤 사항에 대해서 갑자기 질문을 받았을 때 떠오르는 가장 첫 의견은, 일반적으로 우리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우리의 계급, 지위, 혈통에 속하는 흔한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첫 반응은 빠르다. 빠르다는 것은 계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설치된 것을 재생했다는 뜻이다. 독백의 두 얼굴이 말한 통속이 정확히 이것이다 — 시스템이 대신 검열하는 욕망,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를 시스템에서 다운로드받은 상태.
체제의 국경은 형법전에만 적혀 있지 않다. 갑자기 질문받았을 때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 낯선 것 앞에서 몸이 먼저 움찔하는 반응,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하게 느끼는 불쾌감 — 이 모든 것이 내면화된 국경의 작동이다.
그래서 자기 첫 반응을 의심하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진단이다. 내가 무엇에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지를 들여다보면, 내 안에 설치된 체제의 국경선이 보인다.
70.5 한계
첫째, 모든 법이 국경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살인, 절도처럼 거의 모든 체제에서 처벌하는 행위도 있다. 이 글이 말하는 것은 체제마다 유독 무겁게 벌하는 것이 다르다는 관찰이지, 모든 형벌이 국경의 표지라는 주장은 아니다.
둘째, 시스템이 가장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반드시 외부 풍속의 침투만은 아니다. 어떤 체제는 내부 계급질서의 위반을 외부 침투보다 더 세게 처벌하기도 한다. 국경은 반드시 바깥을 향하지 않는다 — 안쪽에도 국경이 있다.
셋째, 첫 반응이 체제의 것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체제가 설치한 반응 중에도 오랜 경험이 축적된 유용한 것이 있다. 문제는 그 반응이 내 것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이지, 체제의 반응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시스템은 자기 본질을 중심에서 드러내지 않는다. 국경에서 드러낸다.
법은 국경의 바깥을 처벌하고, 습속은 국경을 내면에서 재생산한다. 첫 반응을 의심하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