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대학은 미를 공짜로 가져간다
“가능성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67.1 누가 모셔지고 누가 과금당하는가
같은 청춘인데 대학이 대하는 방식이 정반대인 두 부류가 있다. 한쪽은 대학이 돈을 들여 모셔간다. 국가대표급 운동선수나 이름이 알려진 아이돌은 체육특기자로, 특례로, 홍보대사로 입학하고, 대학은 그들의 이름을 안내책자에 싣는다. 다른 쪽은 줄을 서서 등록금을 낸다.
차이는 나이도 능력의 총량도 아니라 곡률이 이미 발생했는가 아닌가다. 운동선수와 아이돌은 자기 미가 시장의 곡률로 전환된 것을 증명한 자들이라 대학이 그 곡률을 빌리려 하고, 나머지 청춘은 미가 아직 측정 이전이라 가격표에 안 잡혀 거꾸로 돈을 낸다. 같은 젊음 같은 아름다움인데, 곡률로 번역됐느냐 하나로 모셔지는 자와 과금당하는 자가 갈린다.
67.2 미는 가격표에 없다
대학이 학생을 재는 자는 둘뿐이다. 진과 선 — 시험 점수와 스펙과 논문이 진이고, 인성과 봉사와 성실성이 선이다. 그런데 청춘이 가진 가장 비싼 것은 그 둘이 아니라, 젊음과 아름다움과 흡수력과 변형 가능성, 아직 증명되지 않은 밀도, 곧 미다.
대학은 왜 미에는 값을 안 매기는가. 미는 점수로 환산되지 않고 측정되는 순간 죽는 것이라 청구서에 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측정 가능한 진과 선에는 과금하고, 측정 불가능한 미는 공짜로 가져간다. 캠퍼스의 활기, 동아리, 연애, 축제, 밤새 이어지는 질문, 젊은 몸의 에너지 — 대학의 진짜 매력은 거의 전부 학생들의 미에서 나오는데, 정작 돈은 학생이 낸다. 밀도의 원천이 비용을 내는 자리다.
67.3 결핍이라는 가스라이팅
더 이상한 것은 그다음이다. 대학은 미를 공짜로 흡수하면서, 동시에 그 미를 가진 자에게 “너는 부족하다”고 가르친다. 너는 아직 모르고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아직 인성이 덜 됐으니 돈을 내고 채우라는 것이다. 고장 난 센서가 말한 마취세가 여기서 작동하는데, 가장 밀도 높은 시기의 인간에게 자기가 빈 그릇이라고 믿게 만드는 일이다. 결핍은 사실이 아니라 주입이다. 빈 그릇이어야 채워줄 명분이 서고, 그 명분이 서야 과금이 정당해지기 때문이다.
67.4 AI가 가격표를 뒤집는다
이 구도는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악상의 시대에서 봤듯 AI는 정돈된 모든 것을 가져가는데, 대학이 팔던 진이 바로 그 정돈된 것이기 때문이다. 강의와 정보와 지식의 전달이라는, 적어도 많은 영역에서 AI와 유튜브가 교수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무료가 되면, 대학의 진 독점은 흔들린다.
그러면 대학에 남는 것은 학생들이 만드는 미뿐이다. 만남과 공명, 젊음이 한자리에 모여 내는 곡률. 그런데 그것은 애초에 학생의 것이었다. 그래서 AI 시대는 새로운 모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모순을 드러낸다 — 대학은 이제 사라지는 진으로 과금하면서, 끝까지 남는 미는 여전히 공짜로 흡수한다. 팔 것이 없어진 가게가 손님이 들고 온 물건으로 장사하는 셈이다.
67.5 한계
오해를 셋 막아야 한다.
첫째, 실리콘밸리의 대학무용론과 이 글은 다르다. 피터 틸이 자퇴하는 청년에게 돈을 대는 것은 미를 복권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을 더 빨리 굴리려는 것이어서, 학위 대신 코딩 실력, 스펙 대신 실전으로 진의 계기판을 더 효율적인 진으로 갈아 끼우는 일이지 미를 같은 자리에 올리는 일이 아니다. 대학에서 스타트업으로 갈아탄 또 다른 궤도일 뿐이다. 이 글이 말하는 것은 “진을 가속하라”가 아니라 “미를 진·선과 같은 자리에 놓아라”이다.
둘째, 모든 젊음이 곧 완성된 밀도는 아니다. 미는 젊음 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나온 것이고 청춘의 미는 아직 측정 이전의 후보이니, “너는 이미 자산이다”가 “그러니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로 미끄러지면 그 미는 자산이 아니라 곡률로 가닿지 못한 채 흩어지는 밀도가 된다.
셋째, 대학을 가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대학이 주는 만남과 시간과 유예는 실재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대학이 밀도에 베팅하는 터빈이기도 하다. 문제는 감별하는 소수가 아니라 감별 없이 묶는 다수에 있다.
67.6 맺음
아이돌 연습생에게서 한 가지만 빌리면 된다. 이 산업은 적어도 젊음과 가능성이 자산이라는 것을 알아서 돈을 걷는 대신 투자하고, 그 대가로 정산권을 잡는 문제는 별개다. 대학은 그것을 모르는 척하거나, 더 나쁘게는 알고도 과금한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은 하나다. 너희는 빈 그릇이 아니고 대학이 채워줘야 할 결핍도 아니다. 너희의 젊음과 아름다움과 성장 가능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을 뿐 이미 가장 높은 밀도의 자산이고, 대학이 그것을 읽지 못할 뿐이다.
67.7 관련 문서
- 진·선·미의 삼국지 — 미가 진·선에 밀린 사건
- 곡률 없는 밀도 — 곡률이 증명된 자와 측정 이전의 미
- 악상의 시대 — AI가 진을 가져가면 남는 것
- 하늘은 밖에 있지 않다 — 측정되는 순간 죽는 것
- 고장 난 센서 — 결핍을 주입하는 마취세
- 쓸모를 넘어서 — 가격표 없는 것의 값
- 바티칸 없는 교황 — 밀도에 베팅하는 터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