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하늘은 밖에 있지 않다


83.1 밖을 차지하는 경쟁

이병한의 『대한민국 탐문』은 우리 시대의 패권이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정확히 짚는다. 한때 문명은 토지와 항구와 철도와 전력망 위에 깔렸지만 이제 그 자리를 궤도 위성망과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대신한다는 것이어서, 스타링크가 하늘의 접속권을 쥐고 뉴럴링크가 신경계의 접속권을 쥔다면 다음 세기의 패권은 땅을 점령하는 일이 아니라 하늘과 신경계를 선점하는 일이 된다. 진단은 날카롭고, 국가와 문명의 스케일에서 보면 옳다.

다만 그는 이 통찰을 위로 끌고 올라가 어느 나라가 그 인프라를 선점해 새 문명을 선도할 것인가를 묻는데, AngraMyNew는 같은 지도를 정반대 방향으로 읽는다. 위로 올리는 대신 아래로 내리는 것이다.

83.2 같은 지도, 다른 배율

모든 사람은 국가다에서 영토·국민·주권이라는 국가의 3요소를 한 사람 안으로 끌어내렸듯이, 하늘과 신경계라는 두 자리도 한 사람 안에서 다시 읽을 수 있다. 거시에서 참인 골격은 미시에서도 참이라는 것, 그것이 이 글이 이병한에게 빌리는 동시에 그와 갈라서는 자리다. 그는 국가가 바깥에서 인프라를 선점하는 그림을 그리고, 이 글은 같은 두 자리가 사실 한 사람 안에 있다고 본다.

밖에서 보면 스타링크도 뉴럴링크도 우리 머리 바깥에 있어서 하나는 궤도에 떠 있고 하나는 두개골에 꽂히지만, 그 둘이 진짜로 겨누는 자리는 바깥이 아니다.

83.3 신경계, 측정 이전의 자리

뉴럴링크가 접속하려는 신경계는 악상의 시대가 말한 악상이 발생하는 바로 그 자리여서, 생각이 언어가 되기 전이고 질문이 되기도 전이며 이유는 모르지만 몸이 먼저 흔들리는 전-언어적 진동이 거기서 터진다. AI가 정돈된 모든 것 — 답과 계산과 측정된 데이터 — 을 장악한 시대에 인간에게 환원 불가능하게 남는 것은, 정돈되기 이전의 그 떨림뿐이다.

그런데 뉴럴링크의 방향은 바로 그 떨림을 읽어 신호로 바꾸는 것, 곧 악상을 측정하는 일이다. 여기서 측정은 동결이라는 회계가 작동하는데, 측정하는 순간 상태는 그 자리에 고정되고 고정된 것은 이미 정돈된 데이터이지 악상이 아니다. 악상은 측정되기 직전에만 살아 있어서, 기계가 그것을 신호로 잡아내는 순간 잡힌 것은 악상의 시체일 뿐이다. AI도 BCI도 끝내 닿지 못하는 마지노선이 여기인데, 포획되는 순간 악상이기를 멈추므로 악상은 끝내 포획되지 않는다.

83.4 하늘은 밖에 있지 않다

스타링크는 하나의 하늘을 위에서 모두에게 내려주는 단일 인프라여서 접속은 늘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그 하늘은 결국 누군가 한 사람의 것이지만, 천하는 정반대 방향으로 선다. 자기 신경계에서 올라온 악상을 끝까지 밀어 자기 언어와 기준과 리듬으로 펼친 범위가 한 사람의 천하이고, 그런 하늘은 궤도에 하나가 아니라 사람의 수만큼 무수히 열린다.

그러니 하늘은 머리 위 궤도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 가장 깊은 곳, 아직 언어가 되지 않은 진동에서 시작해 바깥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밖에서 하늘을 선점하려는 경쟁과 안에서 하늘을 여는 일은 애초에 다른 방향을 향한다.

83.5 맺음

하늘을 선점하는 자가 문명을 짓는 것이 아니다. 자기 신경계에서 올라온 악상을 끝까지 밀어 자기 천하로 펼치는 자가 문명을 연다.

이병한은 거시에서 옳고, 이 글은 같은 골격을 미시에서 읽었을 뿐이다. 스타링크가 깔려도 뉴럴링크가 꽂혀도, 측정 이전의 그 떨림은 여전히 각자의 것이다.

83.6 한계

이 글은 스타링크와 뉴럴링크가 무의미하다는 말이 아니다. 궤도와 신경계의 인프라는 실제 패권이고 그 경쟁은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데, 다만 그 경쟁이 벌어지는 자리와 악상이 발생하는 자리가 다르다는 것을 기록할 뿐이다.

또한 악상의 시대가 인정했듯 측정 이전이 영원한 성역인 것은 아니어서, 언젠가 기계가 떨림마저 정형화하고 발생시키는 날이 올 수 있고 그날까지 이 마지노선은 과도기의 것이다. 그리고 이병한과 갈라서는 것은 방향이지 우열이 아니다.

83.7 관련 문서